신종 코로나 잡는 ‘백신’ 상용화 시기는? ‘슈퍼백신’은 언제쯤?

입력 2020.02.1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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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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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유행과 함께 반가운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중국을 비롯해 프랑스와 싱가포르, 독일에 이어 우리도 바이러스의 분리에 성공했고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백신은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하기 전 면역이 생기게 해주고 치료제는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역할을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제압할 '꿈의 백신'이 단숨에 등장할 것 같지만, 바이러스 분리에 성공했다고 해서 곧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바이러스의 유행이 모두 끝난 뒤에 백신이 완성될 수도 있는데 그만큼 넘어야 할 고개가 많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궁금증을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차장을 맡고 있는 송만기 박사에게 들어봤습니다. 국제백신연구소는 우리나라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로 1997년 설립됐습니다.

국제백신연구소는 백신 발굴과 개발, 보급을 위해 만들어진 국제기구다.국제백신연구소는 백신 발굴과 개발, 보급을 위해 만들어진 국제기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개발, 언제쯤 성공?

현재 민간과 공공을 가리지 않고 신종 코로나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감염병에 대한 국제협력기구인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은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협력을 맺고 백신 개발을 위한 재정과 기술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호주나 홍콩 연구진을 비롯해 민간의 '노바백스'나 '이노비오' 같은 기업들도 나섰습니다.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은 감염병에 대한 국제협력기구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나섰다.‘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은 감염병에 대한 국제협력기구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나섰다.

국내 질병관리본부도 감염자로부터 바이러스 분리에 성공해 관련 기관에 분양하기로 했는데요. 바이러스를 자체 확보함으로써 과거 사스나 메르스와 어떻게 다른지, 온도나 습도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등을 연구하고 후보 약물 가운데 항바이러스 효과가 큰 치료제를 찾아내는 일도 가능해집니다.

안팎으로 전폭적인 연구가 쏟아지는 가운데 백신 개발 자체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 사태에 직접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현재 수준은 '전임상'(Preclinical)에서 임상으로 넘어가는 단계로 최소 20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1상만 해도 앞으로 석 달 정도는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임상을 모두 마치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려면 '최소 1년'은 걸릴 전망입니다.

[출처: 한국임상시험 포털][출처: 한국임상시험 포털]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은 3상까지 해야 합니다. 수백에서 수천 명을 상대로 효능까지 검증해야 하는 2상과 3상은 차원이 다릅니다. 가끔 유명한 제약사가 임상 3상에서 실패해 주가가 폭락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보통 백신 개발에는 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까지 보통 8년에서 10년 정도가 소요됩니다. 허가 이후에는 대량생산이라는 또 다른 '도전'이 남아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을 시작으로 절차를 간소화해 6개월 이내에 임상 1상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안정성이 검증된 기술에 대해서는 독성 실험을 면제해주는 카드를 택한 건데 백신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전염병이 사라져버리는 일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에도 간소화된 절차가 적용됩니다. 기껏 개발한 백신의 효용가치가 없다면 어떨까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였지만, 인명을 구하지도 못하고 폐기처분이 된 경우도 많았습니다.

과거 사스,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는 어땠나?

백신 개발 현황(2017년 기준) [출처: NATURE]백신 개발 현황(2017년 기준) [출처: NATURE]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역시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이었습니다. 사스가 유행할 때 전 세계 많은 기업과 연구소에서 백신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임상시험을 위한 백신이 완성되는 데에만 20개월이 걸렸고 예상보다 빨리 감염 사태가 종료되면서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사스는 이후에도 다시 유행하지 않았고 백신 개발은 임상 1상에서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메르스의 경우 상당 기간 지속되며 토착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임상 1상 이후 현재 임상 2상 단계가 진행 중이고 CEPI에서도 5개의 백신 후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메르스 유행 5년이 지났지만, 백신은 아직 완성되지 못했습니다.

메르스 이후 2015년 남미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지카 바이러스의 상황은 사스와 비슷했습니다. 모기에 의해 전파돼 소두증에 걸린 아기를 낳게 하면서 공포를 불러왔는데요. 위의 그래프를 보면 지카 바이러스에는 메르스보다 훨씬 많은 연구가 집중됐지만, 임상 1상부터는 급격히 흐지부지됐습니다. 지카 바이러스가 갑자기 꼬리를 내렸고 관심도 시들해졌기 때문입니다.

백신 개발 전략도 수정...임상 3상은 '질병 발생지'에서

다행스러운 점은 이제 백신 개발 전략이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어차피 변종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안정성이 검증된 플랫폼을 미리 만들어놓고 시의적절하게 항원만 대체하는 방법으로 백신 후보 물질을 빠르게 발굴하는 겁니다. 또 굳이 임상 3상까지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임상 2상을 마친 뒤 백신을 비축해놓고 질병이 발생했을 때 투입하는 방식을 택하게 됐습니다. 백신 개발은 시간 싸움이기 때문에 임상 3상은 질병 발생지에서 실시해 효능을 검증하고 동시에 개발을 완료하는 건데요.

2013년 아프리카에서 유행한 에볼라 바이러스의 경우 이러한 방식이 효과를 발휘했고 현지에서 3상을 거친 뒤 지난해 말 정식 승인됐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에도 임상 1, 2상을 신속하게 마치고 중국 현지에서 3상이 진행된다면 감염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단 바이러스 확산이 앞으로 수개월 더 계속된다는 전제가 붙겠죠.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행한 콩고 민주공화국, [출처: CNN]에볼라 바이러스가 유행한 콩고 민주공화국, [출처: CNN]

불규칙한 유행 이후 소멸...백신 개발에 국제기구·국가 나서야

아직 불확실성이 높긴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사스와 메르스처럼 불규칙하게 유행했다가 소멸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상황은 주로 피해가 중국에 국한되고 감염 추세도 다소 완화되고 있어 민간 제약사들은 백신 개발에 선뜻 '올인'하기 힘들 거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계절성 독감은 겨울마다 전 세계적인 유행 패턴이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유행할 백신 균주를 발표하면 백신 공급이 이뤄지는데 제약사 입장에서 매력적인 시장일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시장 논리로 움직이는 백신 개발에, 그래서 민간보다는 공적인 차원에서, 국제기구나 국가들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전염병 피해는 위생상태가 안 좋은 후진국에 집중되고 특히 소외계층의 생명을 앗아갑니다.

CEPI는 2017년 '잠재적인' 전염병의 위험해 대비해 백신을 '사전' 개발하고 비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범했습니다. 빌 게이츠 재단과 노르웨이, 독일, 일본 등의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운영되고 다국적 제약사들과 협업도 활발합니다. 이번 신종 코로나뿐만 아니라 메르스와 에볼라, 니파, 라싸 바이러스 등의 백신 개발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국제백신연구소 역시 후원을 포함한 예산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자체적으로 수두와 대상포진, 인플루엔자 3가, 4가 백신 등의 개발에 성공했는데 관련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근 국립보건연구원이 8억 원을 들여 신종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모든 바이러스 막는 '슈퍼 백신' 나온다?

백신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이런 상상도 하게 됩니다. 한 번 맞으면 모든 바이러스로부터 면역을 형성해주는 '슈퍼 백신'은 불가능할까요? 실제로 과학자들도 같은 생각으로 범용백신(universal vaccine)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단 대상은 독감을 불러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인데요. 임상 3상까지 진행 중인 백신도 있어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범용백신도 '아이디어' 단계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몸통 단백질을 직접 타겟으로 하는 범용 인플루엔자 백신이 개발 중이다.바이러스의 몸통 단백질을 직접 타겟으로 하는 범용 인플루엔자 백신이 개발 중이다.

범용 백신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지금까지 백신은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돌기를 타깃으로 항체를 만들었고 여기에 변이가 생기면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바이러스 표면 안쪽에 있는 '코어 단백질'을 직접 공격하면 변이가 일어나도 형태가 잘 바뀌지 않기 때문에 범용이 가능해집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백신이라는 '방패'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뛰는 '백신' 위에 나는 '바이러스'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인류도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상대하고 있습니다. 메르스와 지카 사태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신종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가장 믿을만한 방패는 개인위생과 튼튼한 면역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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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 코로나 잡는 ‘백신’ 상용화 시기는? ‘슈퍼백신’은 언제쯤?
    • 입력 2020-02-11 15:49:14
    취재K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유행과 함께 반가운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중국을 비롯해 프랑스와 싱가포르, 독일에 이어 우리도 바이러스의 분리에 성공했고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백신은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하기 전 면역이 생기게 해주고 치료제는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역할을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제압할 '꿈의 백신'이 단숨에 등장할 것 같지만, 바이러스 분리에 성공했다고 해서 곧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바이러스의 유행이 모두 끝난 뒤에 백신이 완성될 수도 있는데 그만큼 넘어야 할 고개가 많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궁금증을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차장을 맡고 있는 송만기 박사에게 들어봤습니다. 국제백신연구소는 우리나라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로 1997년 설립됐습니다.

국제백신연구소는 백신 발굴과 개발, 보급을 위해 만들어진 국제기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개발, 언제쯤 성공?

현재 민간과 공공을 가리지 않고 신종 코로나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감염병에 대한 국제협력기구인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은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협력을 맺고 백신 개발을 위한 재정과 기술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호주나 홍콩 연구진을 비롯해 민간의 '노바백스'나 '이노비오' 같은 기업들도 나섰습니다.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은 감염병에 대한 국제협력기구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나섰다.
국내 질병관리본부도 감염자로부터 바이러스 분리에 성공해 관련 기관에 분양하기로 했는데요. 바이러스를 자체 확보함으로써 과거 사스나 메르스와 어떻게 다른지, 온도나 습도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등을 연구하고 후보 약물 가운데 항바이러스 효과가 큰 치료제를 찾아내는 일도 가능해집니다.

안팎으로 전폭적인 연구가 쏟아지는 가운데 백신 개발 자체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 사태에 직접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현재 수준은 '전임상'(Preclinical)에서 임상으로 넘어가는 단계로 최소 20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1상만 해도 앞으로 석 달 정도는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임상을 모두 마치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려면 '최소 1년'은 걸릴 전망입니다.

[출처: 한국임상시험 포털]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은 3상까지 해야 합니다. 수백에서 수천 명을 상대로 효능까지 검증해야 하는 2상과 3상은 차원이 다릅니다. 가끔 유명한 제약사가 임상 3상에서 실패해 주가가 폭락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보통 백신 개발에는 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까지 보통 8년에서 10년 정도가 소요됩니다. 허가 이후에는 대량생산이라는 또 다른 '도전'이 남아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을 시작으로 절차를 간소화해 6개월 이내에 임상 1상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안정성이 검증된 기술에 대해서는 독성 실험을 면제해주는 카드를 택한 건데 백신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전염병이 사라져버리는 일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에도 간소화된 절차가 적용됩니다. 기껏 개발한 백신의 효용가치가 없다면 어떨까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였지만, 인명을 구하지도 못하고 폐기처분이 된 경우도 많았습니다.

과거 사스,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는 어땠나?

백신 개발 현황(2017년 기준) [출처: NATURE]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역시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이었습니다. 사스가 유행할 때 전 세계 많은 기업과 연구소에서 백신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임상시험을 위한 백신이 완성되는 데에만 20개월이 걸렸고 예상보다 빨리 감염 사태가 종료되면서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사스는 이후에도 다시 유행하지 않았고 백신 개발은 임상 1상에서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메르스의 경우 상당 기간 지속되며 토착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임상 1상 이후 현재 임상 2상 단계가 진행 중이고 CEPI에서도 5개의 백신 후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메르스 유행 5년이 지났지만, 백신은 아직 완성되지 못했습니다.

메르스 이후 2015년 남미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지카 바이러스의 상황은 사스와 비슷했습니다. 모기에 의해 전파돼 소두증에 걸린 아기를 낳게 하면서 공포를 불러왔는데요. 위의 그래프를 보면 지카 바이러스에는 메르스보다 훨씬 많은 연구가 집중됐지만, 임상 1상부터는 급격히 흐지부지됐습니다. 지카 바이러스가 갑자기 꼬리를 내렸고 관심도 시들해졌기 때문입니다.

백신 개발 전략도 수정...임상 3상은 '질병 발생지'에서

다행스러운 점은 이제 백신 개발 전략이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어차피 변종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안정성이 검증된 플랫폼을 미리 만들어놓고 시의적절하게 항원만 대체하는 방법으로 백신 후보 물질을 빠르게 발굴하는 겁니다. 또 굳이 임상 3상까지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임상 2상을 마친 뒤 백신을 비축해놓고 질병이 발생했을 때 투입하는 방식을 택하게 됐습니다. 백신 개발은 시간 싸움이기 때문에 임상 3상은 질병 발생지에서 실시해 효능을 검증하고 동시에 개발을 완료하는 건데요.

2013년 아프리카에서 유행한 에볼라 바이러스의 경우 이러한 방식이 효과를 발휘했고 현지에서 3상을 거친 뒤 지난해 말 정식 승인됐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에도 임상 1, 2상을 신속하게 마치고 중국 현지에서 3상이 진행된다면 감염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단 바이러스 확산이 앞으로 수개월 더 계속된다는 전제가 붙겠죠.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행한 콩고 민주공화국, [출처: CNN]
불규칙한 유행 이후 소멸...백신 개발에 국제기구·국가 나서야

아직 불확실성이 높긴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사스와 메르스처럼 불규칙하게 유행했다가 소멸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상황은 주로 피해가 중국에 국한되고 감염 추세도 다소 완화되고 있어 민간 제약사들은 백신 개발에 선뜻 '올인'하기 힘들 거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계절성 독감은 겨울마다 전 세계적인 유행 패턴이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유행할 백신 균주를 발표하면 백신 공급이 이뤄지는데 제약사 입장에서 매력적인 시장일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시장 논리로 움직이는 백신 개발에, 그래서 민간보다는 공적인 차원에서, 국제기구나 국가들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전염병 피해는 위생상태가 안 좋은 후진국에 집중되고 특히 소외계층의 생명을 앗아갑니다.

CEPI는 2017년 '잠재적인' 전염병의 위험해 대비해 백신을 '사전' 개발하고 비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범했습니다. 빌 게이츠 재단과 노르웨이, 독일, 일본 등의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운영되고 다국적 제약사들과 협업도 활발합니다. 이번 신종 코로나뿐만 아니라 메르스와 에볼라, 니파, 라싸 바이러스 등의 백신 개발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국제백신연구소 역시 후원을 포함한 예산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자체적으로 수두와 대상포진, 인플루엔자 3가, 4가 백신 등의 개발에 성공했는데 관련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근 국립보건연구원이 8억 원을 들여 신종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모든 바이러스 막는 '슈퍼 백신' 나온다?

백신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이런 상상도 하게 됩니다. 한 번 맞으면 모든 바이러스로부터 면역을 형성해주는 '슈퍼 백신'은 불가능할까요? 실제로 과학자들도 같은 생각으로 범용백신(universal vaccine)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단 대상은 독감을 불러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인데요. 임상 3상까지 진행 중인 백신도 있어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범용백신도 '아이디어' 단계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몸통 단백질을 직접 타겟으로 하는 범용 인플루엔자 백신이 개발 중이다.
범용 백신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지금까지 백신은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돌기를 타깃으로 항체를 만들었고 여기에 변이가 생기면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바이러스 표면 안쪽에 있는 '코어 단백질'을 직접 공격하면 변이가 일어나도 형태가 잘 바뀌지 않기 때문에 범용이 가능해집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백신이라는 '방패'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뛰는 '백신' 위에 나는 '바이러스'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인류도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상대하고 있습니다. 메르스와 지카 사태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신종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가장 믿을만한 방패는 개인위생과 튼튼한 면역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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